=시인의 말=
시간이 갈수록 몸이 망가지듯
생각도 흐릿하게 망가진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온 통 세상은 흰 눈이 덮고
꽁꽁 얼어붙어
빙판을 만든다.
빙판 아래 땅에서
생명들 꿈틀거리다
소리 없이 아니 소리 내고
썩히고 탄생한다.
알아주지 않는 시간들
뚜벅뚜벅 걷는다
제발 소리라도 내리라고
2021 년 가을 창가에서 용 원
-문학박사 김옥자 -
-비에 젖지 않는강- 서평중에서
용원시인의 「비에 젖지 않는 강」은 『애오라지』「성곽을 안개가 점령하다 」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비에 젖지 않는 강」은 고뇌와 고투의 필사를 역력히 드러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비에 젖지 않는 강은 강과 비를 대입시켜, 물과 물이 만나게 되는 과학적이고 역동적인 현상으로서, 비가 강에 내려와도 젖지 않는 강은 도대체 어떠한 강일까 물음표를 유발시켰다. 그 순간, 강물의 심중과 하나가 되어 강물이 되어있는 우수에 잠겨있는 그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아니, 시인의 가슴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인생이란, 길을 걷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지나온 흔적은 없고, 서 있는 자리가 중심이 되고. 또 다시 움직이면, 그 움직임만큼 공기의 파장만이 느껴진다. 그 파장 속에는 헤아릴수도 없는 많은 빛과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이 지나는 길을 위하여 그 많은 빛과, 주변의 자연과 실체들은 함께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동반된 그만의 시 밭에서 봄날 꽃을 피우는 방법을 알고, 누에고치에서 실타래를 뽑아내는 비법을 아는 시인이다. 사소한 순간들에서, 잡히지도, 멈출 수도 없는 그 형태가 만들어내는 의식의 실타래를 만들어내듯 삶의 구현을 위한 것이다.
문학을 통한, 자연의 이치와 대상을 통한 현실을 직관하고 끊임없이 정진하고 시를 향한 열정이 서정시로 승화 하여 인간 삶의 속성에 대하여,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표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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