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9-11-86521-51-9 값 15,000원
제 3집, 나의 책을 펴며.
이제 겨우 세 번째이다.
세 번을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비록 산 것은 짧지만 고난 투성이였다.
그렇다고 그것을 전부 담아낼 수는 없어도 쌓여가는 이야기에 나를 적어보고 싶은 간절함에 또 한권의 이야기책을, 내 인생의 이야기책을 펴낸다.
천여 개의 쌓여있는 긴 이야기들과 짧은 이야기들이 다투어 나를 말하고 싶어 한다.
자랑할 것은 없다. 자랑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며 이렇게 실아 왔노라고 이야기 할 뿐이다.
그래도 내게는 안타까워서 스스로 미안한 이야기들이다.
다 말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면서 어떻게 말해야 내 얘기를 할까 망설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속의 소리로 웅얼거리니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기조차 하지 않으면 속은 타 내려서 검정 숯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자꾸 검정 숯 물을 흘러 보내면
언젠가는 맑고 예뻐, 송사리들과 각시붕어들이 노니는 냇물이 될 거라고 믿으며 물꼬를 터서 흘려보낸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 이야기책을 내 놓는가 보다.
또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쓰다보면 이제 그만 말해야겠다하고 맥이 풀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쓰면, 하고 싶은 얘기를 남기지 않고 다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래도, 그래도 또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엮고 나머지는 숨기고 가지고 가자.
어차피 나의 알맹이들이니까 내 책임이다.
그때까지만 있는 것, 생각하는 것 쓰고 그래도 남거든 가지고 가자.
역시 내 인생은 골고루 섞어 잘 비비지 못한 고명도 없는 매운 비빔밥이니까.
그래도 울면서도 먹어야 할 밥이니까....
밥을 짓듯이 글을 쓴다.
∥ 실루엣 ∥
송창재
어린 사랑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바람처럼 떠났다.
그립고 보고 싶어 찾아 헤맨 눈물만 남겨준 체
오래 지난 해후의 날
흔적 없이 갈 때처럼
기별 없이 나타났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내 눈이 먼저 알아듣고
앞을 흐리게 막아 버렸다.
그 다리 끝에 서 있는 실루엣은
어린 사랑이 아닌
그러나 그대로였다.
30년 만의 해후
다리 끝의 모습은
우리 어린사랑
그때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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