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 신고 후 ‘스마트워치’ 받아
경찰 조사 후 구속영장 반려된 50대 범인
피해자 살해후 도주, 야산서 숨진 채 발견
▲지난 14일 오후 10시11분께 조모씨가 신변보호 여성 A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을 찾아 범행을 저지른 뒤 현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구로 관내에서 경찰의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50대 범인이 찌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신변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까지 받았지만 피살됐다. 경찰은 이 사건에 앞서 검찰에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살해 후 도주한 피의자는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모씨(56)는 전날 밤 10시13분쯤 40대 여성 A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 들어가 A씨를 살해하고 함께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 B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위급 상황을 경찰에 알리고 지인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신고 3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현장에 있던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범벅이 된 채 도주한 조씨는 15일 오전 10시52분쯤 구로 관내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조씨는 오후 10시9분쯤 A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들어가 A씨와 함께 있던 B씨를 확인하고 잠시 가게를 나와 흉기를 손에 든 채 거리를 오갔다. 이후 조씨는 10시10분께 다시 현장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뒤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0시11분께 범행도구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걸어서 현장을 빠져나갔다.
조씨는 범행 사흘 전 스토킹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입건됐다. A씨는 지난 11일 오전 “전 연인 조씨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며 구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A씨는 주거지 근처에 있는 양천경찰서에 찾아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A씨는 신고를 한 뒤 스마트워치를 받고 귀가했다.
A씨의 신고에도 조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같은 날 저녁 조씨는 A씨가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가 만남을 요구했고, A씨는 경찰에 조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여죄를 조사해 다음날 오전 4시38분 조씨를 유치장에 입감한 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결국 경찰에서 풀려난 조씨는 14일 밤 A씨를 살해 후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전망이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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