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의 '2040 도시기본계획'이 3일 공개됐다. 이번 '2040 도시기본계획'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8년간 이어진 '35층 높이' 제한을 푼 것이다.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높이 제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초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주요 정비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는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이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한강변을 비롯한 서울 주거지에서도 다시 초고층 아파트 등장이 가능해졌다. 오세훈 시장이 과거 재임 당시 추진했던 한강변 활성화 정책을 다시 되돌리는 셈이다.
현재 한강변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56층),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47층) 등은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 재건축 허가를 받아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3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마련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원칙은 2014년 확정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
이후 대부분의 한강변 아파트가 35층을 넘지 못했다. 현재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한강변 단지들의 층수가 모두 최고 35층 이하로 정해졌고,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도 당초 45층 높이로 계획했다가 서울시 심의에 부딪혀 35층으로 낮췄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2017년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정비안을 내놓았다가 서울시 심의에 가로막혔다.
그나마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 역세권에 걸친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에서 준주거로 상향해 최고 50층 건립이 가능했다.
35층 규제에 가로막혔던 서울 재건축 시장은 오 시장의 복귀로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작년 4월 취임 전부터 35층 규제 정비를 공약으로 내세워 재건축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GS건설은 서울시에서 인가받은 35층 설계안과는 별도로, 추후 규제가 풀리는 것을 전제로 한 '68층 설계안'도 제시한 상황이다.
압구정아파트지구에서는 2019년 3구역에 이어 최근 2구역이 49층 계획안을 공개했다.
특히 35층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강변 정비사업은 '2040 도시기본계획'의 최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오 시장은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여의도·이촌·압구정 등 한강변 대규모 정비사업을 한강과 일체화된 도시공간으로 조성할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한강을 업무, 상업, 관광의 중심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오 시장이 '2040 도시기본계획'을 앞세워 대대적인 규제 정비에 나서자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용도지역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주거 밀집지에 업무·상업 시설을 짓는 게 가능해지면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35층 규제 폐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오 시장은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높이 제한 폐지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용적률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토지 이용 효율이 과거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오세훈표 규제 완화가 재건축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말도 안 되는 규제가 많아서 주택 공급이 늦어졌는데 앞으로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공급 정상화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국지적 혼란이 일고, 전세난이 발생하는 만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실행계획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홍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