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이 36.93%를 기록했다. 2014년 사전투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이전 최고기록인 2020년 4·15 총선 사전투표율 26.69%보다 10.24%포인트 높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이 오는 9일 대선 당일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5일 치른 20대 대선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참여해 투표율 36.93%를 기록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2017년 19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26.06%였고 최종 투표율은 77.2%였다.
지역별로 사전투표율 현황을 보면 가장 높은 곳은 전남(51.45%)이다. 이어 전북(48.63%), 광주(48.27%), 세종(44.11%) 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경기(33.65%)였고, 제주(33.78%), 대구(33.91%), 인천(34.09%) 순이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은 37.23%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경북(41.2%), 강원(38.42%)도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선관위는 높은 사전투표율 배경을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전국 어디서나 투표 가능한 편리함, 대선 당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분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여야 ‘아전인수’ 해석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에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 결집 효과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사전투표를 선호하고, 경향적으로 더 많이 투표했으리라 분석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호남의 높은 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다. 김영진 사무총장은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호남의 높은 투표율은 단일화에 대한 강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구의 저조한 투표율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구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사전투표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가 엉망으로 진행된 영향이 컸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정치적 고향’ 경기도의 사전투표율이 전국 최저치인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경기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 판세를 유지하던 곳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경기도의 낮은 사전투표율은 ‘이 후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부동층이 많다는 뜻이라 민주당 입장에서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본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까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본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우상호 본부장은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본투표율도 높아진다”며 “양쪽 진영의 투표 의지가 강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보다 본투표를 선호하는 보수 유권자들 성향에 기대를 걸었다. 국민의힘은 특히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로 보수 유권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만큼 본투표에서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2014년 처음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본투표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사전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11.49%, 2016년 20대 총선 12.19%, 2017년 19대 대선 26.06%, 2018년 지방선거 20.14%, 2020년 21대 총선 26.69% 등 대체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본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56.8%, 2016년 총선 58.0%, 2017년 대선 77.2%, 2018년 지방선거 60.2%, 2020년 총선 66.2%였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본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사전투표제가 안착해가는 과정이거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분산투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전체 투표율 총량 안에서 사전투표로 분산되거나, 사전투표로 투표율 총량도 오르거나 두 해석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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