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와 난쟁이
김여울 동화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언덕에 올라 바람개비를 날리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날마다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날렸습니다.
언덕 아래로 두 줄기의 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두 길 중 하나는 넓고 반듯했습니다. 다른 한 길은 좁고 가파르고 험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로는 넓고 큰 길로 가면 쉽사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좁은 길로 들어서면 여간해서 목적지에 다다를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문에 좁은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외롭고 쓸쓸한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넓고 반듯한 길로 가는 것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마을에 몇 사람의 고집쟁이가 있었습니다.
고집쟁이들은 보라는 듯이 아무도 가지 않은 좁은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사코 고집쟁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으스대며 떠났던 고집쟁이들의 여행길은 이내 곧 꺾이고 말았습니다. 더는 도저히 앞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집쟁이들의 대부분은 마을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넓고 반듯한 길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두다 마을로 돌아왔건만 딱 한 사람 끝까지 좁은 길을 가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날리던 소년이었습니다.
한 발쯤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람개비 소년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도중에 마을로 돌아와 큰길로 접어든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데 유독 바람개비 소년만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대체 바람개비 소년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기에 여태 소식이 없는 걸까? 옛날처럼 어디선가 무한정 바람개비를 날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몰라?”
마을 사람들의 궁금증 따위는 아랑곳없이 바람개비 소년은 계속 좁고 험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자꾸만 자꾸만 걷고 있었습니다. 철부지 소년이 무턱대고 들어섰던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더욱 멀리 달아나는 모양도 형체도 없는 것.
소년은 언제부턴가 그걸 가리켜 그리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을 잡기 위해 소년은 오늘도 입에 물린 바람개비에 파란 바람을 감아올리며 덧없이 이름 모를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 머리말 <이름 모를 길>
- 차 례 -
머리말
◇ 비탈을 구르는 게으름쟁이
◇ 무지개가 사는 고향
◇ 느티나무와 파랑새
◇ 엄마의 꿈
◇ 콩콩이와 쿵쿵이의 여행
◇ 벙어리 장갑
◇ 눈새와 난장이
◇ 내 고향 묵방골
[2022.03.25 발행. 188쪽. 정가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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