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그리움 추억에 얼룩질 때
초연 김은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나 이제 산수에 이르러 여생을 셈하는 버릇이 생겼지만, 아직 실존하는 깊은 내 영혼의 우물에서 언어를 건지며 사유의 진액으로 시를 빚어내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시詩란 삶의 갈피의 굽이에서 응축되는 살아 움직이는 사리舍利라고 여기면서 시를 낳고 사리함 같은 시집을 엮는다. 아기 임신하고 출산하는 여정처럼 시를 창작하는 순간은 경건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챙긴다. 사노라면 내게 샴페인 같은 날이 있기도 하지만, 카페인 같은 날도 얼마나 많은가. 시詩란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로 울림, 운율, 조화를 가진 운문의 각 시구라 일컫는다. 그러구러 내가 시집을 엮으면서 발간하며 건넨 시집을 독자가 보관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시의 결을 다듬고 싶었다.
깊은 영혼의 샘에서 길어 올리는 영롱하고 고아한 시어를 다발로 묶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늘 어리다. 부족하여 민망함을 가리고 싶어지면서 말이다. 한 권의 시집을 엮으면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 때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은 자식을 요람에서 처음 맞이하는 순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나희덕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라고 서술한다. 나도 시를 통한 감정의 정화를 하며 삶의 열기와 한기를 조절하고 살아왔기에 깊이 통감한다.
누군가 인생을 나이순으로 “70세엔 종심(從心)이라 마음 내키는 대로 마음 놓고 행동을 해도 탈이 없으며 “80세엔 산수(傘壽)로 가릴 것이 없는 나이라고 한다. “한 잔 그리움 추억에 얼룩질 때”라는 시집을 팔순이라는 축복의 삶을 살아 낸 기념으로 출간하면서 나이테에 그려진 삶을 언어의 실로 시침질하고 박음질한다. 그래서 첫눈을 보면서 느끼는 감성을 나누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낳아주신 부모님과 여래의 가르침과 생의 여정에서 이끌어 주신 존경하는 스승님 등 은혜로웠던 분들에게 감사하며, 내게 자식으로 와 준 삼 남매와 식솔, 가르친 인연으로 만난 제자 중에서 아직도 내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호흡을 느끼는 착한 사람들과 그간에 발간한 70여 권의 책자를 구매하여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듬뿍 전하고 싶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에 두는 글
제1부 한 잔 그리움 추억에 얼룩질 때
한 잔 그리움 추억에 얼룩질 때
찻잔의 고독
풋감정 깃드는 늦가을 생
하늘 깨진 사이
가을이 찾아오면
감성 반죽 치대며
걱정 주는 환경 허물기
욕망의 그릇
공허 자락 말아가며
괴로움 소멸
그리움 칼날
그리움의 임계점
허공에 묻은 사랑
글자의 기
기억 소환 길에 외로움 수거
길몽이 가르친 덫
까만 밤이 창밖에 버티네
꽃의 살결이 미소 짓다
날 것을 씹다가
눈송이 길에 누우면
제2부 달빛 스민 위로
달빛 스민 위로
대기자 대열에서
열정과 냉정 땋아
덜미를 잡고 잡히고
동창에 기웃거리는 바람
등짐의 무게
마른 가지도 계절을 감지하다가
마음 깨물기
마음에 생각을 싸서
말의 오미
메밀꽃 연가
모순을 껴안고 기억을 삼키네
목 울음 삼키며
목숨 심지 돋우며
묵어도 새순처럼
묵정밭 일구듯
애증의 신줏단지
미수의 새벽기도
미움의 뼈
탑이 무너지듯
제3부 삭아간다는 연민의 그늘
삭아간다는 연민의 그늘
밀어 삼키는 목젖
바보다운 행진
모세혈관처럼
백합 같은 눈이 축복처럼
보리밥
봄소식
봄의 행간에
비좁은 마음
빈속 쓰린 아침
사랑 채널
설마라는 재난
소유의 의미
속울음 울며 웃는다
손바닥 우체국
숫자의 무게 견디는 산수
시 저축
시간의 바닷가
시려오는 삶의 관절
시심의 동맥경화처럼
제4부 앙가슴 붉히는 소리
앙가슴 붉히는 소리
아지랑이
신념의 책받침 끼우고
신축년 마지막 날
쓸쓸한 삶
양수 같은 온천수
어둠의 몸살
어머니 정한 수
언어를 가꾸는 정원
언어의 음계 말맛 간 맞추기
언어의 사다리
엉뚱한 인연
연모의 살갗
인연의 토양
이별이 구르는 길
열정이 시의 체온을 데울 때
외로운 사람의 강
윤슬 퍼지듯
이 없으면 잇몸으로
이름 붙은 날 몸짓
제5부 장자의 빈 배처럼
장자의 빈 배처럼
이별의 예감
이슬 같은 약속
임인년 새 아침에
입춘에 의미의 옷을 입혀
장미는 자라는데
저물고 있는 육신의 몸짓
죽전 성당 연도 미사
지하철 너스레
질척이는 집착이라도
집착의 자맥질
집착이 허문 자리
창작의 그늘
추억 돋아나는 세모
태양을 밀어
해가 눈을 찌르는 담
햇살을 그늘에 밀어 넣고
현주소 너스레
그대여
끝내 눈 못 감으신 어머님
● 서평
[2022.04.20 발행. 143쪽. 정가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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