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한국시간 5일 오전 8시 8분 48초(미국 동부시간 4일 오후 7시 8분 48초)께 우주로 발사됐다.
다누리는 발사 후 약 1시간 반만인 오전 9시 40분께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하는 등 초기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다누리가 발사 후 궤적 진입부터 올해 말 목표궤도 안착까지 까다로운 항행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우리나라는 달 탐사선을 보내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되면서 우주 강국의 지위를 굳히게 된다. 궤적에 제대로 진입했는지 여부는 이날 오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달 궤도선이나 달 착륙선 등 달 탐사선을 보낸 나라는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 6개국이다. 달 탐사 궤도선을 보내는 것은 지구-달의 거리 수준 이상을 탐사하는 '심우주 탐사'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 한국시간 오전 8시 8분 미국서 발사…1시간 반만에 지상국 교신까지 성공
발사를 맡은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다누리가 실린 팰컨 9 발사체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의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스페이스X는 발사 2분 40초 이후 1·2단 분리, 3분 13초 이후 페어링 분리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이어 발사 40분 25초 이후 팰컨 9 발사체 2단에서 다누리가 분리돼 우주 공간에 놓였음을 알렸다. 다누리가 분리된 곳은 지구 표면에서 약 1천656㎞ 떨어진 지점으로, 이 때부터 탑재컴퓨터의 자동 프로그램이 작동해 태양전지판을 펼치면서 계획된 궤적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다누리와 지상국 사이의 첫 교신은 발사 후 약 1시간 반만인 오전 9시 40분께 호주 캔버라의 안테나를 통해 이뤄졌다.◇ 궤적 진입→목표 궤도 진입까지 거의 5개월 진입에 성공한 뒤에도 다누리가 궤적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연구진은 앞으로 약 5개월에 거쳐 오차 보정을 위한 까다로운 궤적 보정 기동을 여러 차례 수행해야한다.
다누리는 12월 16일에서야 달 주변을 도는 궤도에 들어서며, 이후 약 보름간 다섯 차례의 감속기동을 거쳐 조금씩 달에 접근한다.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목표 궤도인 달 상공 100㎞에 진입한 뒤 내년부터 임무 수행을 시작하면 비로소 '성공'이 확인된다.
◇ "다누리 계획 성공하면 '우주 영토 확장' 의미"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1992년 하늘로 올라간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는 다누리를 통해 지구를 넘어 또다른 천체를 바라보며 새로운 궁금증과 꿈을 품게 됐다. 매일 밤하늘에서 빛나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뒷면은 보여주지 않고 있는 달이 가진 비밀의 일부를 밝히는 데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로 기여할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우주탐사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일종의 '우주 영토'를 갖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가 만든 물체를 지구에서 가장 멀리 보낸 것(정지궤도위성)이 3만6천㎞였는데, 달까지 거리인 38만㎞까지 우리의 영토를 확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경제나 안보 등 뚜렷한 활용 목적이 있는 위성이 아니라 과학적 목적의 탐사선을 우주로 보낸다는 것은 기초과학에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인류의 지식을 확장한다는 포괄적 목적으로 우주에 나갈 수 있는 선진국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 성공시 내년 초부터 6종 과학 장비로 달 관찰
다누리는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달의 극지방을 지나는 원궤도를 따라 돌면서 탑재한 6종의 과학장비로 달을 관찰할 예정이다.
이 중 5종의 과학장비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것이다. 탑재체 중 우주인터넷 장비를 활용한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ETRI 홍보영상, DTN 기술 설명 영상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파일을 재생해 지구로 전송하는 시험이 이뤄진다.
또, 2025년까지 달의 남극에 여성을 포함한 우주인들을 착륙시킨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위해 NASA가 개발한 과학 장비인 '섀도캠'(ShadowCam)도 다누리에 탑재돼 있다. 다누리에 달린 섀도캠은 해상도 약 1.7m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남북극 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고정밀 촬영하면서 얼음 등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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