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 시인이 시집 ‘그리움은 선인장이라서’를 출간했다.
전 시인의 시는 대체로 단단하다. 흘러내림이 없다. 견고하게 지은 집. 각각의 소재들이 제자리에 놓여 터를 잡고 기둥을 세우고 다양한 개성을 연출한다.
독자들은 그의 시를 읽으며 함께 동요하고 분노한다. 진동으로 울리는 핸드폰처럼 몸을 흔들어 무엇인가 분출하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러다 이내 잠잠해지며 무음으로 침묵한다. 진동과 침묵의 서늘한 경계를 연출하는 그의 시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눈(雪)은 억울하고 답답해도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 다만, 서서히 울먹일 뿐, / 이름의 결기가 사막 모래처럼 뜨거운 건 / 야생에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녹아내린 눈이 바다로 흐르지 않더라도 / 맹수의 눈을 피하지 마라 / 동백은 떨어져도 죽은 것이 아니니 / 바람에 이는 그 어느 것도 허물이 있어 / 흔들리지 않는다 / 바다를 만나는 일이란 / 강물이 되어 야수같이 울어야 하거늘 / 어느 한날 잠잠한 적 있었던가 / 바위를 돌아 맹골수도에 다다른 쪽배처럼 / 한 번은 딛고 넘어갈 파랑이니 / 무거운 목놓음이 이렇게 얼어붙었구나 / 가난이 죄라면 고드름이 되겠다 / 뚝뚝 눈물 흘리다가 사라지는, [무음의 저항] 전문
위 시에서 보듯 전시인의 내면은 매우 강인함이 엿보인다. 힘을 잃어 약자가 되는 입장에 처하더라도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는 서슬퍼런 결기가 엿보인다. 그렇다 물이 얼어 고드름이 되면 단단한 무기가 된다. 주변 환경에 따라 녹아내리는 속도가 다를 뿐.
시집의 제목만 보아도 그가 처한 환경은 매우 척박한 가운데 꽃을 피우며 주변과 세상을 정화하는 삶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시가 많은 선인장처럼 다가설 수 없지만 자태만으로도 세상을 압도하는 사막의 거장처럼.
이 시집은 생명과 문학에서 출간되었으며 73편의 주옥같은 시가 수록됐다.
<조윤주 객원기자(시인)333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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