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9-11-86521-61-8 165쪽
책가격: 13,000 원
‖ 서평 ‖
문학박사/ 김옥자
우리는 수많은 인연으로 잉태된 그리움을 사랑하다두터워진 시간의 두께만큼 인생의 정의를 안고 살아간다. 가을날 억새 숲에 들어 무성해가는 그리움만큼이나. 용원시인은 시의 언어를 통하여 삶의 가치를 묘사화 하는 천상 시인이다. 자연과 사물, 한 시절의 몽환을 품에 안고 잠시 머물다가는 순간들 속에서, 현실이란 머무를 수 없음을 알았을 때, 한순간의 그림자로 생성되는, 삶의 갈등과 열정 사유를 통하여, 용원시인만의 선명한 이미지로서 진술해낸다. 시를 사랑해서, 삶을 사랑하고, 고난과 고통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용원시인은 자연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용원시인의 자연사랑은 독특하다. 정서적 발현을 일으킨 객관적인 한 편의 시에서 세월의 침잠된 깊이를 가능케 하는. 삶을 향한 관점, 심미적 영역으로서 길을 내고 있다.시집 4집 「풀꽃의 속삭임」은 삶을 들여다보는 서술적 시선으로부터, 새롭고 신선한 모티브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1집 「애오라지」, 2집 「성곽을 안개가 점령하다」, 3집 「비에 젖지 않는 강」에 이어 삶에 대한 사유의 내공이 결집된 결정체가, 하나하나의 시어로 탄생된 4집 「풀꽃의 속삭임」은 용원시인만의 인생철학이 내제되어 있는 것이다. 용원시인의 시는 신선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에 서 있는 듯, 시의 미적 묘미를 충분히 발화시킨 문장 체계는
절제된 언술의 텍스트이다.용원 시인의 시. 「소나기 1」에서 볼 수가 있다.
버스 정류장 젖은 의자에 걸터앉아 소나기를 굽어보네먹구름 가려진 허공에 암암히 잠겨 소나기가 오네한편의 서러운 이야기아스팔트 위에서 물꽃이 은빛의 춤을 추네오 소나기의 향연이여 영원한 물빛이여물빛이 넓게 펼쳐 표표히 가네흥겨워도 고독이 가네천둥도 지나가네소나기 뒤따라 우산이 뛰어가네도시 먼지를 한순간 싹쓸이하네- 「소나기 1」 전문 여름 어느 날 문득, 혼자서 길을 나서고, 도시 아스팔트 위를 적시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나기라도 하면 숨이 멎을 듯 고요한 적막을 적시는 빗소리를 만나게 된다.
빗소리만이 도시 거리를 배회하듯, 휘돌아오는 소리.
북적거리던 도시, 거리의 인파는 소나기 쏟아지는 길을 따라 총총 멀어지는 발자국소리만이 비바람에 남아있다.
텅 빈 거리. 세상의 움직임을 정지한 듯 버스 정류장으로 내리는 소나기. 삶이 그러하듯, 소나기는 예고도 없이 내린다.
삶을 잡고 흘러가는 물빛. 물빛은 젖은 의자에 앉아있는 화자의 심경을 흔들고 삶이 여물어가듯, 물꽃으로 피어올라 살아가며 상처받고 스스로 위로하던 세월이 스며들어 물빛의 심장으로 흘러서간다.
산다는 것은 소나기와 같이 흥겨운 순간을 통제할 수 없는 감동으로 왔는가 싶으면, 순간 멀어져가는 불감증처럼, 아픔과 고통이 예상하지 못할 순간으로 오게 되는 것이다 빗속으로 멀어져가는 세월의 박동처럼.
천둥도 지나가고 빗물을 잉태하고 달려가다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꿈을 꿀 수 있는 내일.
도시 먼지를 한순간 쓸어가는 설레임. 소나기 지난 뒤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는 마음의 물빛이 사뭇, 사물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사유의 내적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전화가 몸을 흔든다아무런 진동이 없다.왼쪽 귀에 수화기를 대니“빨리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일갈한다”다음날 이비인후과를 찾아 나섰다보청기를 착용한 경증장애인이 되었다 면접시험이나 합동 회의 시오가는 질문을 잘 듣는 수가 없다횡설수설했는지 모두가 머리를 기우뚱한다대충 답변해 위기를 모면하자 온몸이 무시로 저려 온다내색하지 않고 심드렁하게 반문하다어느 때부터가 건방지게 상대방의 말을 못 들은 척 자기를무시한다면 친구 사이가 멀어졌고 베돌이가 되었다 때도 없이 울어 대는 이명불안감은 시나브로 늘어가고대인 회피 증만 싹트는부끄럽게 핀 들꽃막막한 절망 때문에 훌쩍거린다들꽃은 바람 소리를 듣지 못해좁은 보도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가보도 사이 낀 들꽃의 속삭임을비가 오고 햇살이 비춰 오는 날또다시 고개 들고 꽃대 올려방울을 터트리는
- 「풀꽃의 속삭임」 전문
노을의 색이 깊어지고 하늘가에 번지는 풍경이 매일 조금씩 달라져감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져갈 때, 풀꽃은 편지를 쓴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노을빛이 조금씩 변하여 간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날아드는 바람소리에도 민감해짐을. 청춘의 푸른 봄날이, 계절의 그림자가 긴 여운을 남길 때. 들꽃이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는 슬픔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경이 아프다.
함께 들녘을 바라보고, 노을을 한 시선으로 바라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함께 풀꽃을 바라보고 이야기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바람소리는 흘러서간다. 사라져간듯 어디선가 또다시 불어와, 곁을 내주어도 좋을. 마음의 심지를 곧게 세우는 풀꽃.
또다시 고개 들고 꽃대 올려/ 방울을 터트리는 에서와 같이 용원시인의 시「풀꽃의 속삭임」은 시의 정제된 사유로서 내일의 희망을 여는 것이다.
‖ 서평 ‖
문학평론가/박재홍
시집 「풀꽃의 속삭임」 발간을 축하한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한 창작이고, 최근 몇 년간 누구보다도 시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였음을 잘 아는 동료 문인들로서는 그 열정에 탄복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왠지 소주 한잔 나누면서 아픔을 보듬어 안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잔인한 고통을 겪은 뒤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듯이 용원 시인의 시어들은 투박하지만, 맨살을 드러내고 절절한 고통을 토해낸다.” 「애오라지」에서 만났던 한치의 꾸밈도 보탬도 없는, 순수하고 명징(明澄)한 맛을 이번 시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삶, “뜨거운 광란 햇살을 견디며/살아가는 모래 사람/자유로운 영혼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 서평 ‖
시인/고기석
용원의 시는 자연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부르는 영혼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
자연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할 줄 아는 용원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꿈을 꾸는 방법,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용원 시인은 겨울 같은 혹독한 세상 속에서 꽃을 피울 줄 아는 방법, 그리고 모래사막에서 사랑을 찾아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서평 ‖
문학평론가/ 하현숙
용원 시인의 작품은 묘사엔 서툴지만 사실적이고 담백하다. 오히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극히 객관화된 거울로 작용한다. 시를 쓰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에 익숙하고 칭찬과 격려보다는 낱낱이 파헤치는 것에 익숙하다. 제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 해도 언어와 문장으로 겪는 화살과 창을 피해갈 수는 없다. 용원 시인의 작품은 억지로 꾸미거나 정형화 된 틀보다는 소탈한 일상의 언어로 자유롭게 엮는 씨실과 날실의 매력이 공감을 높인다. 읽을수록 감상할수록 조개탄 난로에서 은근히 데워지던 울퉁불퉁한 양은도시락의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 서평 ‖
시인/ 방민선
용원 시인의 시집 『풀꽃의 속삭임』에서는 관념적인 어투나 현학적인 수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서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며 묵묵히 관조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시편마다 만날 수 있다.
그의 언어는 평이하고, 소박해서 오히려 더 친근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 마음에 진솔하게 파고든다. 마치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서서히 마음을 뺏기다 마침내 흠뻑 젖어든다
<표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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